
저자 초대석(박서영 작가)
인간 선악의 본능을 담은 이야기
『여깡시대』 출간한 박서영 작가
-본인 소개 부탁합니다.
대한민국 작가. 저 박서영은 2004년 ’동서문학상‘을 수상하면서, 같은 해 문학세계사에서 등단했습니다. 이후, 한국 근로자문학상과 미래에셋이 문학상을 받으며 본격적으로 흔들림 없이 소설가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앞으로도 기교나 유행에 기대기보다는 다소 거칠더라도 나만의 독보적 색깔을 고수하며 독자에게 다가갈 것입니다. 저서로는 소설집 『달빛고요』 와 『욕망의 혀』 그리고 이번에 장편소설 『여깡시대』를 출간했습니다.
-장편소설 『여깡시대』를 소개하면?
여깡시대는 울타리 밖으로 밀려난 소녀들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세계, 거칠고 불안한 환경 속에서 버텨낸 소녀들의 생존과 선택을 그린 우정과 배신, 복수, 그리고 어쩔 수 없는 인간의 선악의 본능을 담은 이야기입니다.
-이번 소설책을 내게 된 동기
야후 글동네라는 곳에서 비극적 내용을 담은 소설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다음으로 선택한 작품이 ‘여깡시대’입니다. 쓰던 작품이 끝나고 휴식하는 동안 장난삼아 쓴 글이 이 작품입니다. 아마도 비극적 글만 쓰는 작가가 아닌 이 같은 과격한 글도 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꽤 소심하고 병약했습니다. 빈약한 몸이라 학우들에게도 소외를 당할 정도였습니다. 그만큼 서럽게 자란 탓인지, 사춘기가 되자 강한 것에 대한 결핍이 드러났습니다. 주변에 존재감을 드러내 놓고 힘 좀 쓰고 우월감에 젖어 멋대로 노는 인물들에 관심이 커졌고 그들이 궁금했습니다. 훗날 그 결핍과 호기심이 문학적 갈망으로 피어났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번 책을 엮으면서 겪은 재미난 에피소드가 있다면?
실제로 이 작품을 쓰면서 주인공에 빙의되어 어느 순간 과격해지고 욕까지 나오곤 해서 한동안 집필을 중단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한 작품을 끝내고 나면 작품 속 인물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한동안 힘이 든다는 연예인들 말이 이해가 갔습니다. 이 작품은 참으로 오랫동안 수정과 삭제를 거듭했습니다. 두려움 없기로 치자면 저 같은 사람이 없다고 자부했는데, 이 책을 펴내면서는 달랐습니다. 혹시 박서영이가 저들처럼 깡패짓하고 놀았나, 하는 의심을 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이번 소설을 읽으실 독자들께 팁이 있다면?
이 작품은 사건의 겉모습보다 인물들의 내면과 관계의 곁을 따라가며 읽어 주셨으면 합니다. 등장인물들 선택이 때로는 거칠고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그 이면에 있는 결핍과 감정을 함께 바라봐 주신다면 이야기는 조금 더 깊게 다가갈 것입니다. 빠르게 넘기기보다는 장면 사이에 머물며 인물의 숨결을 느끼듯 읽어 주셨으면 합니다. 이 이야기는 친절하지 않습니다. 인물들은 스스로를 설명하지도 않습니다. 독자를 위해 비켜 주지도 않습니다. 어떤 장면은 불편할 수도 있고, 어떤 선택은 이해되지 않은 채 남을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오히려 그런 틈을 그대로 두고 읽어 주셨으면 합니다. 이 작품은 사건을 따라가는 이야기라기보다 사람을 따라가는 이야기입니다. 왜 저런 말을 했는지, 왜 굳이 그 자리에 서 있었는지, 그 이유를 다 들어내지 않은 채 흘려보냅니다. 그때 쉽게 판단해 버리기보다 한 번쯤 멈춰서서 그 인물의 숨을 대신 쉬어보듯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여기 나오는 인물들은 잘살려고 애쓰지만 자주 틀립니다. 때로는 스스로를 망가트리는 쪽을 택하기도 합니다. 그 선택이 이해되지 않아도 그 순간의 감정만을 붙잡아 보셨으면 합니다. 이 이야기는 결국 어디까지 무너질 수 있는지보다 왜 그렇게까지 가는지를 묻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
앞으로도 크게 달라질 것이 없습니다. 여전히 사람에 대해 탐구하는 글을 쓸 것 같습니다. 잘 버티지 못하는 사람들. 그런데도 끝까지 무너지지 않는 사람들, 특히 겉으로는 버티고 있지만 안에서는 이미 금이 갔다는 사람들, 관계 안에서 어긋나고 끝내는 서로를 놓쳐버리는 사람들,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감정들을 조금 더 집요하게 따라가 보려 합니다. 앞으로 계속 쓰게 될 이야기도 비슷합니다. 그런저런 비슷한 환경에서 아우성치는 사람들을 밝은 곳으로 끄집어내고, 그들을 더 오래도록 들여다보고 싶습니다. 형식에 있어서도 고민은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새로움을 위해 억지로 바꾸기보다는, 쓰고 있는 이야기들이 더 잘 살아남을 수 있는 쪽으로 자연스럽게 갈 것입니다. 그것이 제가 글을 쓰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뷰티라이프 독자들께 한 마디
뷰티라이프의 독자분들은 자신의 자리에서 이미 충분히 아름다운 빛을 만들어가고 계신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을 가꾸고 표현하는 시간과 노력은 그 자체로도 하나의 이야기고, 그 이야기가 쌓여 자신의 아름다움을 더욱 깊고 단단하게 만들어간다고 생각합니다. 늘 새로운 흐름 앞에서 만나고 또 그 흐름을 만들어가는 분들이라는 점에서 존경의 마음도 함께 전하고 싶습니다. 눈에 보이는 아름다움뿐 아니라 그 뒤에 있는 감각과 열정까지 함께 지니고 계시기에 더욱 특별한 독자분들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자신의 방식으로 빛나는 순간들을 이어가시기를 바라며, 그 여정에 ‘여깡시대‘ 도 작은 울림으로 함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뷰티라이프> 2026년 6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