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초대석(황종권)
따뜻한 추억과 풍경이 있는 이야기
<방울슈퍼 이야기> 출간한 황종권 시인
-본인 소개 부탁합니다.
여수의 작은 슈퍼집 아들로 태어나 동네 꼬마들한테 선망의 대상이었습니다. 엄마 몰래 과자를 훔쳐 친구들과 나눠 먹길 좋아했으며, 특히 수업 중에 먹는 비비탄 사탕 ‘짝궁’을 좋아했습니다. 인생이 과자처럼 달지 않다는 걸 알면서부터 시를 쓴 것 같습니다. 2023년 현재는 고양예고에서 시를 가르치고 있으며, 아이들의 과자 값을 벌겠다는 일념으로 메일링 서비스 주간 <슈퍼맨>을 운영 중입니다.
-<방울슈퍼 이야기> 출간 소회
시집은 8년 만에 출간할 정도로 애도 쓰고 힘도 들었는데, <방울슈퍼 이야기>는 그에 비하면 아주 편하게 출간을 하였습니다. 애를 쓰지 않아도 받아 적을 수 있는 마음이 있었고, 혼자 쓰는 게 아니라 그리운 것들과 함께 쓰는 것 같았습니다. 책은 제 이름은 냈지만, 그리운 이름들이 더 많이 남습니다. 비록 책 한 권이지만 잃어버렸거나, 잊고 지낸 사람의 풍경을 찾은 것 같아 마냥 반갑고 따뜻합니다.
-<방울슈퍼 이야기>는 어떤 내용을 담았는지?
요즘 슈퍼 찾기가 참 어렵지요? 편의만을 위한 편의점만 즐비한데요. <방울슈퍼 이야기>는 추억의 풍경을 소환하고 있습니다. 과자 한 봉지에 울고 웃던 풍경, 가난과 이웃하면서도 사람의 정은 충만했던 풍경, 슈퍼 앞 평상에서 할머니들이 막걸리를 자시는 풍경, 동전을 짤랑거리며 오락기에 푹 빠져있는 풍경, 연탄불에 쫀드기를 구워 먹는 풍경 등 그 시절 우리를 따뜻하게 했던 추억의 풍경과 이야기들이 고스란히 녹아 들어가 있습니다.
-많은 북콘서트를 하고 계신데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석민재 시인이 운영하는 양보책방 북콘서트가 기억이 납니다. 면장님부터, 도의원님까지 출두한 제법 큰 행사였습니다. 보통 지역행사를 하면 높은 분들, 귀빈들 소개하기가 바쁩니다. 그런데 <방울슈퍼 이야기>가 지향하는 바는 높이보다 곁을 챙기는 마음, 낮은 자를 먼저 살피는 마음입니다. 그래서 북콘서트에 가장 먼저 소개된 분은 정치인도 귀빈도 아니라, 전어 굽는 아저씨였습니다. 떡볶이와 어묵탕을 만들어주신 아줌마였습니다. 책의 마음을 그대로 실천하는 작가를 보고 크게 웃고, 크게 박수를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방울슈퍼 이야기>는 과자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데, 가장 좋아하는 과자는 무엇인가요?
저는 사브레를 가장 좋아합니다. 보통 과자는 달거나, 짜거나 맛이 전부인데 사브레는 프랑스의 풍미가 담겨 있습니다. 자극적인 맛으로 감동을 주는 것이 아니라, 풍미로 끌어당기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그 버터향은 지금 맡아도 국경을 넘은 듯 이국적인 풍경을 만들어냅니다.
-왜 방울슈퍼인가? 혹시 가족 중에 방울이란 이름이 있는가?
보통 가족 이름을 따서 가게 이름을 짓는데, 방울 슈퍼는 망한 가게의 이름이었습니다. 그것도 두 번이나 망한 이름이었습니다. 그래서 방울 슈퍼 자리가 안 좋다, 망하는 이름이라고 가게 이름을 바꾸라는 말도 들었습니다. 그런데도 어머니는 방울 슈퍼를 들어서자마자, 방울 슈퍼로 일어서리라 결심했답니다. 사랑에 빠지면 종소리가 들리듯 어떤 희망의 종소리를 들었다고 합니다.
-<방울슈퍼 이야기>는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한데, 어머니를 단 한 줄로 표현한다면?
“희망의 문을 닫지 않는 사람”입니다. 어머니는 방울 슈퍼가 망하던 날에도 희망 쪽으로 문을 열고 완전히 다른 인생을 꿈꾸고 있었습니다. 그 당시 어머니는 얼굴에 기미가 상당히 많았는데, 화장품 카운슬러로 이직을 하였습니다. 다들 그 거무튀튀한 얼굴로… 말도 안 된다고 했지만. 본인이 김태희, 전지현, 한지민보다 더 설득력 있는 모델이 되어 수십 년 동안 아모레 카운슬러 수석지부장을 지키고 계십니다. 지금은 그 누가 봐도 환한 피부의 소유자, 객관적 피부 미인입니다.
-앞으로의 계획
저는 요즘 제 2시집과 캠핑 에세이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제법 정리가 되긴 했는데, 서두르지 않고 있습니다. 빨리 내는 것보다 제 가치를 알아주는 곳을 찾으려고 노력 중입니다.
-마지막으로 할 말은
사랑 받으려는 마음보다 소중한 것을 지키고 싶어 <방울 슈퍼 이야기>를 썼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큰 사랑을 받고 있어, 소중한 것들이 특별해지고 있습니다. 소박하고, 별거 없는 마음에도 언젠가는 볕이 들고 바람이 불고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계절로 데려갈지도 모릅니다. 우리 사는 게 아무 팍팍해도 희망 쪽으로 숨을 쉬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람 위에 군림하려 하지 말고 곁을 잘 지키는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뷰티라이프> 2023년 10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