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초대석
자아성찰의 눈물로 쓴 시집
<누구도 기다리지 않는 사람> 출간한 김원식 시인
-본인 소개
반갑습니다. 김원식 시인입니다. 저는 전북 완주 출생으로 (사)한겨레문인협회 회장, 천상병 문학제 대회장, 윤동주 학술제 운영위원장, 포토그래퍼, 한겨레문학, 엔솔러지 <귀천> 발행인으로, 2006년 제 4회 천상병 귀천문학상을 수상하였습니다.
㈜ S. J 필름 & 엔터테인먼트 대표로서 MBC 심야 스페셜, 요리보고 세계보고, 핑클 입체영상 뮤비 제작, 영화 사마리아 기획 54회 베를린 영화제 감독상 수상, 대북 첩보 영화 가제 '금성강 7호'를 각본 제작 중입니다.
저서로는 시집 <꿰맨 글 맞춘 세상>, <쓸쓸함 그 견고한 외로움>, <그리운 지청구>, <사각바퀴>, <누구도 기다리지 않는 사람>이 있습니다.
-시집 <누구도 기다리지 않는다>를 내신 동기 및 소감
이번 시집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장애인예술문화원, 예술인 복지재단 창작기금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지난 3년 간 양양의 바다와 설악의 품에서 길어 올린 자연의 시어들을 벼리고, 시의 종자들을 발아 시켜 얻은 약 200여 편의 작품 중 80편을 탈고 하여 수록하였습니다. 특별히 이번 시집에서는 '제 3부 신 관동별곡' 에서 양양의 바다와 남대천, 설악의 면면과 처처를 발품 팔아 사진과 글로 약 20편을 실었는데, 동해살이의 소소한 일상과 신 관동팔경을 눈과 가슴에 담는 영상 작업이기도 했습니다.
여전히 어머님 마지막 길을 배웅하지 못한 불효의 대가로 사각바퀴를 끌며 참회하며 살다보니, 이번 시집의 표제 시이며 시집 제목을 <누구도 기다리지 않는 사람>으로 정한 것입니다. 어머님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을 유년시절 가난의 사계로 비유하여, 불효막심한 자식의 때늦은 통한의 후회와 자아성찰의 눈물로 쓴 시편들을 수록하였습니다.
-이번에 내신 시집은 시인께 어떤 의미가 있는지?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인 복지재단 창작기금 수혜로 발간한 이번 시집은 개인적으로도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제한된 기일 내에 출판을 해야 되는 한계성 때문에 가뜩이나 부족함 많은 시편들을 충분히 퇴고 하지 못한 후회도 크지만, 저의 시적 화자인 자연, 특별히 동해와 설악의 자연 속에서 제 삶을 반추하며 작고 하찮은 자연 속 참 스승들에게 한없는 경외와 공부를 삼고 스스로를 낮추고 겸양의 삶을 푯대 삼아 시집으로 엮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시집은 자연의 가르침을 받아쓰기한 시편들로, 깊이는 없어도 나름 쉽고 간결한 시어로 인습적이거나 관념적인 시세계를 탈피하여 대중의 공감을 염두한 첫 번째 시집이라고 개인적으로는 의미를 부여하고 싶습니다.
-시인의 시에 대한 자서를 간단히
현대시가 특별히 종이 책이 외면 받는 시대에 시집을 출간한다는 일은, 자기 시 공부에 대한 스스로의 시험이자 시인의 사명에 대한 자기 증명 또는 연민일지도 모릅니다. 사는 일이 그러하듯 늘 후회는 오늘 보다 늦습니다. 출간이 되고나서야 비로소 퇴고에 대한 후회가 크고, 막혔던 시어들이 앞 다투어 뛰쳐나오기도 하는 일. 어쨌거나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 시집을 출간하면서 시집 첫 머리에 남긴 자서를 옮겨 봅니다.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 시집을
슬그머니 부친다.
수취인불명!
여전히
피로 쓰지 못했다.
-시의 모티브는 어디서 어떻게 발현되는지?
특별히 이번 시집의 제 3부 신 관동별곡 시편들은 지난 3년 간 동해와 설악의 누옥에서 둔세차처럼 살면서 파도와 해풍, 양간지풍의 강풍과 그 사이에서 울고 웃던 금강산소나무와 꽃들과 이름모를 풀벌레들의 속닥거림이나 밀어들을 차용했으며, 감성 시편들은 눈물 나이가 되어서야 어렴풋이 깨달은 '이별까지가 사랑'이라는 생의 앞장을 들추어 복기한 시상들입니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의 원죄는 불효의 눈물이 쓴 한의 문장들입니다.
아득하지만 시는 나를 끊임없이 흔들어 잠 못 이루게 하고, 여전히 시의 종자를 화두처럼 일어서게 합니다. 그 화두의 궁극은 알 수 없지만, 시를 쓰는 동안은 눈물도 이별도 감추어 두었던 내 안의 문자들을 울컥, 조합을 이루라고 흔들어 댑니다. 아마도 울퉁불퉁한 제 삶의 시선 끝마다 시의 종자들이 저를 끌고 사나 봅니다.
-애착이 가는 시 한 편 소개
이번 시집에서 애정을 가지고 천착한 시편이 서너 편 있는데, 대중적 공감과 서정적 감성을 의도한 '오래된 잠깐'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오래된 잠깐
그때 산자고 피었다던가
소나기 걸음으로 별 목련이 지고
멧비둘기 울다간 그늘만큼
연두의 문을 닫는 사월
그 환한 그늘 한쪽은
문신 같은 기억의 영토
시절 인연이면 더 좋았을
아주 오래된 잠깐이
꽃자리에 몌별을 점등한다
돌아보면 아주 잠깐의 오래
목련이 지고 피던 일처럼
짧았던 한 사람
봄마다 돌아선 발자국을 읽는다
*몌별 袂別 : 소매를 붙잡고 섭섭하게 헤어짐.
-뷰티라이프 독자들께 한 말씀
평소 뷰티라이프에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일인으로서, 국장이신 이완근 시인과 25년 성상을 동고동락한 미용인분들께 부족한 시집을 소개할 수 있어 이 가을, 너무 행복합니다. 고마움의 표시로 뷰티라이프 이완근 국장님께 10여권의 시집을 선물하여 몇 분이라도 함께 나눌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대한민국 미용인 여러분의 모든 날들이 화양연화가 되시기를 기도드리겠습니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이땅의 미용인들이 또 다른 이름의 시인이라고 사료됩니다. 고맙습니다.
-기타 한 말씀
중앙대 교수인 이승하 시인의 발문과 시집을 출판한 마음시회 이정하 주간의 추천사와 출판사 서평으로 갈무리를 하겠습니다.
출판사 서평-치열한 삶, 치열한 시
김원식 시인은 치열한 사람이다. 어떤 일을 하든 어떤 사람을 만나든 결코 허투루 하는 법이 없고 소홀히 대하는 법이 없다. 오지랖이 넓다고 해야 할까, 그리하여 그는 늘 시간에 쫓겨 산다. 나태함이 있을 리 없다. 당연히, 시에 대해 그는 누구보다 진지하며 누구보다 열정적이다. 드라마를 만들거나 사진을 찍으면서도 시의 배경이나 풍경을 떠올리며, 바다에 낚싯대를 드리우면서도 시가 입질해 오기만을 기다린다.
존재의 허무 속 꿈틀거리는 생명력
몇 해 전, 어머니를 떠나보내면서 그의 시는 더 깊어졌다. 사무치는 그리움은 이번 시집에도 절절하게 그려져 있다. 어머니가 없는 빈 공간, 그 슬픔의 크기만큼 그의 생도 깊어졌을 것이다. 사라지거나 앞으로 사라질 것들, 그것들을 호명해 기억하고 애도하는 것이 시인의 사명이라면 그는 그 사명에 충실한 사람이다. 그가 천생 시인이라는 뜻이다. 상실의 아픔, 존재의 허무 속에서도 꿈틀거리는 생명력을 느끼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그의 시가 가진 힘이다.
「발문」 중에서
시는 사람을 참 쓸쓸하게 합니다. 하지만 형은 여전히 순수하고 열정적인 사랑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이별과 사랑, 그리움과 사모곡은 형의 영원한 시적 화자요, 꽃과 나무, 산과 바다, 자연 속 작고 하찮은 것들에게 시의 옷을 지어주며, 이름 모를 꽃들과 풀벌레들에게 말을 걸며 꽃답기를 소망하는, 아직도 뜨거운 심장을 가지고 사는 청년입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는데, 이번 시집 아주 좋습니다. 창작의 고뇌와 설악과 동해에 툭, 던져놓은 듯한 삶의 가벼워진 면면히 오롯이 읽힙니다. 형의 시집이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이승하(중앙대 교수, 시인)
<뷰티라이프> 2023년 1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