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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꽃들의 수작> 출간한 전종호 시인
글쓴이 : 뷰티라이프 날짜 : 2025-12-19 (금) 15:19 조회 : 1060


저자 초대석(전종호 시인)


꽃과 시인의 상호작용을 표현한 시의 집합,

시집 『꽃들의 수작』 출간한 전종호 시인


-본인 소개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시 쓰는 전종호입니다. 저는 1979년 한국문학에 처음으로 작품을 발표했습니다만, 그동안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에 전념하다가 퇴직 전후로 본격적으로 시를 썼습니다. 시를 다시 잡은 계기는 두 차례의 히말라야 트레킹이었습니다. 말로 제대로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압도적인 풍경에 저절로 무릎 꿇은 저는 전기도 없고 전파도 터지지 않는 밤마다 히말라야의 바람 소리와 계곡의 물소리가 전하는 말씀을 받아 적었습니다. 그렇게 나온 것이 시집 <가벼운 풀씨가 되어도 좋겠습니다>와 시산문집 <히말라야 팡세>입니다. 첫 시집을 출간한 이후 1년에 한 권씩 꾸준히 시집을 출간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임진강가 작은 마을에 서 시를 쓰고 살고 있습니다.


-시집 <꽃들의 수작>을 소개하면?

‘꽃들의 수작’이라니 꽃이 무슨 수작을 부린다는 말인가? 하고 깜짝 놀랄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수작은 남의 말이나 행동을 우습고 하찮은 것으로 여기는 말을 뜻하는 것이지만, 본래 수작(酬酌)은 술잔을 주고받는 것을 말합니다. 친한 사람끼리 술잔을 주고받을 때 우리는 으레 말과 정감을 주고받습니다. 결국 ‘꽃들의 수작’은 꽃과 시인이 주고받은 대화를 의미합니다. 시집 <꽃들의 수작>은 시인이 꽃들을 보고 내뱉는 단순한 영탄(詠嘆)의 조합이 아니라, 꽃이 시인에게 보내는 메시지나 시인이 꽃에게 건네는 구애와 의미의 상호작용을 표현한 시의 집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봄이 되기 전부터 피어나는 홍매화부터 눈꽃, 낙화에 이르기까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계절 70여 가지 꽃들의 목소리와 의미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불교에서는 세계를 하나의 꽃(世界一花)이라 말합니다만, 꽃 하나 하나가 세계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이번 시집을 읽을 독자에게 드릴 팁이 있다면?

우리 주변을 눈여겨보면 수많은 꽃들이 있습니다. 인간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생존을 위해서 저마다 살아가는 이들이지만 가만 들여다보면 이들에게 배울 것이 많습니다. 사람 눈에 잘 띄지 않는 후미진 곳에서 피어나는 작은 꽃들이 어찌 그리 당당한지 놀랍습니다. 작아도 결코 향기를 잃지 않습니다. 벌과 나비를 불러 생존과 번식에 성공하는 이들을 보면 경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다만 이 작은 꽃들의 전 존재를 인식하고 느끼기 위해서는 이들 앞에 무릎을 꿇어야 합니다. 잠시 멈추어야 합니다. 그리고 전력으로 이들에게 집중해서 의식해야만 이들의 공력을 인식할 수 있습니다. 특히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분들이라면 아름다움에 집중해야 아름다움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좋은 시에 대한 생각이나 시 창작관

무엇이 시다 아니다, 어떤 것이 좋은 시다, 아니다 라고 한마디로 말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것이 모두 시라고 할 수도 있고, 꼭 그런 건 아니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시를 쓰는 사람이 많다 보니 모두에게 지사(志士)적인 시인이 되라고 요구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나 지나치게 감정의 유희에 빠지거나 단순한 도덕적인 아포리즘으로 끝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시는 기본적으로 감동을 전제로 하는 것이니 시인과 독자가 의미와 정서를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짧은 시 속에 철학(정신), 서사, 서정이 모두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는 제 생각입니다.


-애착이 가는 시 한 편 소개

시인에게 시집에서 딱 시 한 편을 고르라는 것은 좀 잔인한 요구입니다만, 그래도 하라면 ‘질경이’ 한 편을 고르겠습니다.


질경이


후미진 땅바닥 한갓진 곳에서

잘나고 귀한 분들께 치고 받혀도

고개 빳빳이 주눅 들지 않고

옆으로 앞으로 당당하게 번진다


세상은 힘 있는 곳으로 바삐 달리며

빛나고 화려한 꽃들을 주목하지만

생명은 오직 맹목으로 끈질기게

씨를 보전하기 위해 살아남는 것


대소미추大小美醜를 구별하는 건

자연에서는 부질없는 짓이니

짓밟으면 짓밟히는 아픔 속에

뿌리박고 하늘만 보고 살겠노라


저마다 아름다움을 향해 질주하지만

아름다움은 아름다움을 속이는 법

아름다움의 행진 압사의 힘을 모아

끝끝내 영글어 씨앗을 맺어

모두에게 약성藥性을 전파하리라


내 작은 키를 비웃는 자여

당신의 조롱마저 응원으로 삼아

강산에 지천으로 씨를 퍼뜨리리라


-앞으로의 계획

사람은 누구나 장소의 지배를 받고 삽니다. 학교에 있을 때는 아이들만 보이더니 퇴직 후 귀촌하고 보니 당연히 자연의 영향을 받습니다. 보이는 게 산이요, 들이요, 풀이요, 꽃입니다. 그러다 보니 이들의 사유와 표현의 대상이 됩니다. 나이 드신 어른들만 살고 있는 농촌의 현실도 보입니다. 앞으로 자연과 농촌을 통해서 인간의 문제를 탐구하는 시를 쓰면서 살게 될 것 같습니다.


-뷰티라이프 독자들께 한 말씀

뷰티라이프 독자들은 모두 아름다움을 사모하고 가꾸시는 분들이라고 믿습니다.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중요한 방법 중 하나가 시를 읽는 일입니다. 한 편의 시 속의 짧은 시구(詩句)를 통해서 아름다움과 진실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다면 저마다의 아름다움과 행복에 도달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혹시 <꽃들의 수작>을 읽으신다면 남을 의식하지 않고 고고하게 아름다운 작은 꽃들의 생명과 존재를 만나실 것으로 믿습니다. 시를 사랑하면서 오래도록 건강하고 행복하고 아름답게 사시기를 빕니다.


<뷰티라이프> 2026년 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