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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미안하다는 말의 집은 어디일까> 출간한 연명지 시인
글쓴이 : 뷰티라이프 날짜 : 2026-01-26 (월) 12:49 조회 : 794


저자 초대석(연명지 시인)


진실된 말을 찾아 나선 시의 여정,

시집 『 미안하다는 말의 집은 어디일까』를 출간한 연명지 시인


-시인 연명지는?

2013년 미네르바 시선으로 『가시비』 시집을 출간하며 문단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시집으로 『사과처럼 앉아있어』 『미안하다는 말의 집은 어디일까』, 전자시집 『열일곱 마르코 폴로 양』, 여행 에세이 『차곡차곡 걸어 산티아고』가 있고, 톨스토이 문학상, 호미문학상, 경북일보청송객주문학상, 항공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시 작품이 인도 파키스탄, 코소보, 이탈리아, 이집트, 미국, 벨기에, 베트남 등에서 현지어로 번역 및 발표되었습니다.


-3번째 시집 『 미안하다는 말의 집은 어디일까』를 소개하면

2016년에 아버님을, 17년에 엄마를 천국으로 보냈습니다. 그때부터 긴 시간 아파했던 흔적들이 시가 되었습니다. 또 우리가 끝까지 만져줘야 하는 세월호, 이태원 사건으로 시를 엮어 집을 지어주었습니다.

시집을 펼치면 목적지에 닿지 못한 말들이 흔들리며 제자리를 찾으려는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그 말들이 잠깐 멈춰 쉬어갈 자리를 마련했고,일렁이며 밀려오는 어떤 슬픔도 고쳐 쓰지 않았습니다.


-이번 시집을 읽을 팁은?

애도의 상상력으로 시집을 따라갔으면 합니다. 시집의 발문은 김경주 시인이 써주셨는데 일부 발문을 옮겨봅니다.


시인의 단어들이 말더듬을 하면서 애도를 하고 있다. 시인은 누구를 위하여 무엇을 위하여 애도를 하는가? 시인은 말한다. “어떤 봄은 용기를 내서 울어야 사용할 수 있다”고, 봄을 어떻게 사용하느냐고 묻는 사람에게 그는 그렇게 답한다. 애도를 위해 단어들은 담백하게 비어있다. 어느 곳이나 필요한 애도가 있다. 애도는 어디에도 있어야 하며 우리가 사는 사회는 충분한 애도를 하기도 전에 망각을 시도하고 있다. “땅에 심겨진 것들은 환생이 빠르다”고 일단 말해두고 싶어지기도 하고 “깊은 모략과 삭발은 서로 다정한 것”이라고 당신은 애도가 더 필요한 세상이라고 말하고 있다. 시인의 애도는 사소하기도 하고 거룩하기도 하다. 그런데 이 시인이 애도를 말하면 어쩐지 더 울컥해진다. 어떤 구절을 밟았다가 문득 서러워지기도 한다. “서러움이 앞서가는 아침. 아버지 손전화는 수몰 지구다”라고 툭 내뱉는 저 목소리를 외면하기가 힘들다. “땅 한 평 없이 돌아간 아버지의 평생이 검게 젖는 밤 모과나무 손 아래서 엎드려 울었다”라고 말하자 마음이 엎질러지곤 한다. 사라져가는 것들을 향해 바치는 시인의 애도는 힘이 세다. 다시 시인의 단어들은 무언가를 애도하기 위해 말더듬을 하기 시작한다. 시인은 진실된 말을 찾아 더듬기 시작한다. 여기 눈치 없이 꿈에 불쑥 나타나는 엄마에 대해 시를 쓰는 한 사람이 있다. 그가 쓰는 시를 “연민과 애도로 시작된 맞춤법들”이라고 써놓고 불러본다.


발문에 쓰인 표현처럼 시집은 묻습니다. 애도는 어느 곳에 필요하고 누구를 위한 애도인지. 말을 더듬고 맞춤법을 맞춰보며 끝내 진실된 말을 찾아내고자 했습니다.


-좋은 시에 대한 생각

무언가를 증명하지 않고 그저 바닥까지 들여다보이는 비애가 있는 시, 독자의 마음에 오래 머무는 시가 좋은 시라고 생각합니다.


-시 한 편 소개


꽃피는 서랍


서랍 밖이 그리운 꽃무늬 옷들 서로의 냄새로 봄을 주고받으며

달맞이꽃 피던 시절을 중얼거린다


한 계절을 지나온 어제의 울음이 차곡차곡 접혀 빛이 바래도 꽃은 꽃이다

지금 꽃은 다른 얼굴을 하고도 꽃시절이다


그녀의 하얀 얼굴을 웃게 하던 꽃무늬 잠옷,얼룩을 품은 어떤 꽃들

빨간색 립스틱을 들고 거울을 본다


봄날에 잃어버린 사람들 서로 다른 하늘에 잇대어 닮아가고

피고 지는 것들이 두 눈 가득 차오른다


꽃들이 돌아눕는 새벽 몰래 서랍을 빠져나간 낡은 진달래꽃이 바스락 눈물을 쏟는다 서너 명의 엄마가 서랍을 떠나지 못하고 봄마다 꽃망울을 피워낸다


엄마를 벗고 부활한 꽃들, 본래 엄마는 꽃의 뿌리여서 봄마다 홀로 눈부시다


-앞으로의 계획

“사랑해”라는 말과 “미안해”라는 말 사이에서 여전히 시를 쓸 것입니다. 연민과 애도를 잊지 않고 세상을 향해 손목을 열어 보이겠습니다.


-뷰티라이프 독자들에게 한말씀

뷰티라이프 그 자체인 독자 여러분!

매일 누군가의 말을 들어주고 아름다움을 입혀주는 일이 쉽지만은 않지요. 시간과 정성을 들여 타인의 머리나 얼굴을 만져주면 그 온기가 한 사람의 하루를 따뜻하게 합니다. 서로의 선물이 되어 살아가도록 기꺼이 두 손을 내어주는 뷰티라이프 독자분들을 늘 응원합니다.

2026년 지극히 행복하세요.


<뷰티라이프> 2026년 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