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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에서 흔들의자를 만드는 법> 출간한 은이정 시인
글쓴이 : 뷰티라이프 날짜 : 2026-04-21 (화) 16:34 조회 : 851


저자 초대석(은이정 시인)


삶을 견디는 새로운 방식,,

시집 『동물원에서 흔들의자를 만드는 법』을 출간한 은이정 시인


-자기 소개

뷰티라이프 애독자 여러분 반갑습니다. 시 쓰는 은이정입니다. 최근에 「동물원에서 흔들의자를 만드는 법」을 냈습니다.

대학 때는 연극 동아리를 하면서 분장과 메이크업의 차이점에 대한 강의를 듣기도 했습니다. 메이크업은 본래의 아름다움을 살리고 보완하는 미화에 가깝고, 분장은 특정 캐릭터나 분위기를 가져오는 변신의 측면을 강조한다고 기억합니다.

저도 어쩌면 살짝, 변신을 한 셈일까요? 오랫동안 읽고 쓰기는 했지만, 본격적으로 대학원 문창과 수업을 받고 시인이 된 것은 좀 늦은 나이였습니다. 그래도 글을 쓴다는 것이 독자와 공감하며 자신을 드러내는 일이라면,제 삶의 경험이 한층 풍부해진 후의 쓰기가 생각보다 매력적입니다.오늘도 구석에서 쳇바퀴 돌리듯 작업하는 사람입니다.


-이번에 출간한 시집을 소개하면?

저는 일상의 수많은 관계 안에서 다른 시선과 낯선 손가락으로 공감을 맞잡고 싶었습니다. 객관적인 설명이 도움이 되실 것 같아 시집 「동물원에서 흔들의자를 만드는 법」의 경향신문 기사 일부분을 공유합니다.

-표제작 「동물원에서 흔들의자를 만드는 법」은 이 시집의 문제의식을 집약하는 작품이다. 동물들이 서로의 몸과 역할을 맞물려 의자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불완전한 존재들이 함께 균형을 찾아가는 은유적 장면으로 읽힌다. “바닥의 평등을 맞추지 못하면/뒤뚱거리는 건 평생 제자리가 없”다는 인식은, 불균형한 조건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의 삶을 환기한다. 시인은 이 조립의 과정을 통해 희생과 책임, 그리고 설명되지 않는 죄의식의 층위를 세밀하게 배치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누리는 잠깐의 안식이 결코 자연스럽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노동과 감각 위에 겨우 놓여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럼에도 제작을 멈추지 않는다. 흔들림을 전제로 하면서도 끝내 앉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내는 과정 자체가 곧 삶을 견디는 방식으로 제시된다. (2026,04.07.경향신문)


-이번 시집을 읽을 독자들에게 팁이 있다면?

꼭 시문학이 아니더라도 현대 예술의 일면이 점차 난해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제 가까운 사람(남편일 수도 있습니다.) 역시 시가 대중들과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며, 공감보다는 저마다의 “~척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 아니냐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익숙한 일상에서 ‘다른 벽으로 창’을 내려면 익숙한 흐름을 비틀 수밖에 없는 것, 역시 자연스러운 현상임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낯선 장면으로, 조금이라도 다르게 느끼셨다면 그것으로 충분히 시를 읽어 내신 겁니다. 한 문장만 마음에 들어와도 시를 공감하셨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벽으로 창을 냈습니다./타원형 고백은 기다림이 길어진 탓이에요./이제 당신을 시작하려 합니다.”(「동물원에서 흔들의자를 만드는 법」 시인의 말 전체)


-좋은 시에 대한 생각

요즘 세상은 강박적으로 변해간다는 느낌이 듭니다. 특히 행복에 대해선 더욱 그렇죠. 온갖 자기계발법과 주장에, SNS에는 행복을 증명해낸 것 같은(!) 사람들이 보입니다. 그러나 막상 내 앞의 하루를 들여다보면 그저 그런 일상과 쉽지 않은 관계의 연속인데 말이죠.

“시인은 천성적으로 사람들에 녹아들지 못하고 한 걸음 뒤에서 관찰하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동물원에서 흔들의자를 만드는 법」152쪽, 김정수 시인)

시인의 다른 시선을 통해 지금을 낯설게 보며 설득될 수 있다면 그것이 나에게 좋은 시, 맞는 시가 아닐까 합니다.


-시 한 편 소개


헌책방, 외딴


투명한 길 사이 미어진 책방

부서진 이야기들이 아직 고소해요

이달의 책은 『월식의 까닭1』입니다

책이란 책은

달의 가슴에 쌓아둔 이가 하지 않아도 될 말을 하고는

구겨진 과자 봉지가 돼버린 보름날

부풀던 달이 뒤틀려 가출했다는


돌아갈 수 있다면, 찾을 수 없는 숲으로 더 들어가야죠

바깥을 생각하는 건

흐린 유리창처럼 생각지 않은 눈물을 맞는 일 같아요

설명은 구구하고 화려한 벽이 노을로 꽂혀 있어요

책날개는 색색으로 웅크려 망을 보지만 손가락엔 상처를 남깁니다

질근거리다 넘기면 삐죽대는 활자가 뿌옇게 들떠


오래 바라보았다는 걸 기억해야 해요


그렇다고 끄덕이진 않을 거예요

기다리면서 기다리지 않기로 하고 궁금한 건 없다며 2권을 찾아요

참지 못하는 것들이 우거져 있고

책등 사이 자라던 재채기가 추천사처럼 다가오면

책장은 흉터를 가리기에 적당해져요

흙 놀이에도 충분하고요 손을 집어넣으면 지나간 존재들이 맞잡습니다


등 돌린 달은 새로 가지를 뻗은 미루나무에 기대고 사연을 먹는 잎들은 때때로 떠오르고 날립니다

창 앞에는 스릴러를 심을 예정입니다 잡초가 없어서 편하다죠

천변 그늘을 뜯는 게 일이겠지만 진흙이 깊으면 지느러미로 사는 것도 괜찮겠지요


목적 없이 발아래 이끼로 걷다 보면

헤엄치는 지렁이를 만날까요

신간은 없습니다만

축축한 크래커도 괜찮으시다면


-앞으로의 계획

얼마 전 동기 모임이 있었어요. 한 명이 고민거리를 털어놓았는데, 우리 모두 안타까워하며 한참 공감할 만한 이야기였지요. 저녁에 헤어지고 두 시간 후, 단톡방에는 장편의 시가 올라왔습니다. 다른 한 명이 그 고민을 주제로 AI에게 시를 써달라고 했던 겁니다. 세상에, 시의 흐름과 분위기가 제법 그럴듯했습니다.

그날 저도 AI에게 물어봐야 했을까요? 시인의 미래와 존재 이유에 대해...

그저 꾸준히 시 공부하는 것이 계획입니다. 세상에 지름길은 없다는 것을 새삼 느낍니다. 기회가 된다면 디지털 매체에 정기적으로 시를 올릴 수 있도록 도전하는 게 작은 목표입니다.


-뷰티라이프 독자들께 한마디

저는 뷰티의 최근 트렌드에 관심은 있지만, 유행에 민감하진 않습니다. 그래도 나름 원하는 스타일은 분명히 있죠. 하지만 제가 방문한 헤어 샵이나 메이크업 매장에서 여러분 같은 뷰티 전문가의 설명을 들으면 따르게 되고, 제 스타일에 대한 관점이 바뀌기도 합니다. 이런 현상은 미학적인 관점에서 시를 읽는 것과 많은 지점이 닿아 있습니다.

본인의 역량과 경험 그리고 공감이 요구된다는 면에서 여러분이 하시는 뷰티와 글쓰기는 공통점이 많습니다. 여러분 중에 시를 사랑하며 시집을 출간하신 다재다능한 분들도 많으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시를 통해 더 많은 공감과 대화가 이어졌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뷰티라이프> 2026년 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