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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나무 없이는 아무것도> 출간한 고주희 시인
글쓴이 : 뷰티라이프 날짜 : 2025-08-27 (수) 14:39 조회 : 758


저자 초대석


살고 있는 곳에 대한 응시가 자연스럽게 스며든 시집

『나무 없이는 아무것도』 출간한 고주희 시인


-본인 소개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시를 쓰는 고주희입니다. 2015년 「시와표현」을 통해 등단한 이래 최근작인 『나무 없이는 아무것도』를 포함하여 『우리가 견딘 모든 것들이 사랑이라면』, 『시골시인-J』(엔솔로지) 등의 시집을 출간하였습니다. 특히 첫 시집인 『우리가 견딘 모든 것들이 사랑이라면』은 예상치 못한 호평을 받으며, 2019년도 아르코 문학 나눔으로 선정되는 기쁨을 누림과 동시에 이를 발판 삼아 이후의 시집을 발간하는데도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시를 쓴다는 것은 동시에 시와 나란히 걸어가는 일인데, 그런 의미에서 저는 산책자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시를 쓰기 위해서는 일상에서 ‘쓰는 상태’로 건너가야 하는데, 저에게는 ‘산책’이 쓰기의 예열단계인 셈이지요.


-시집 《나무 없이는 아무것도》를 소개하면?

제 두 번째 시집인 『나무 없이는 아무것도』는 첫 시집으로부터 거의 6년 만에 펴내는 시집입니다. 그 사이에 엔솔로지를 펴냈으니 아주 공백이라 할 수는 없겠지만, 제 나름으로는 고민의 시간이 깊었다 하겠습니다. 무엇인가를 기획하고 쓰는 편이 아닌지라, 자연스럽게 제 생활과 함께 흘러가는 시집이라 말할 수 있겠는데요. 저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산책자의 눈을 유지하려 합니다. 그러다 보니, 요즘은 나를 둘러싼 자연에 대해 깊이 바라보게 되고, 잎의 뒷면을 응시하고 내 발밑의 작은 미물들까지도 걱정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점점 야생이라는 혁명으로 나 자신이 보폭을 늘려가는 느낌을 받습니다. 동시에 보편적인 인류애, 전쟁과 기후의 문제 내가 살고 있는 곳에 대한 응시가 자연스럽게 스며든 시집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시집을 내게 된 동기

저는 제주에서 태어나 학업을 하던 몇 년을 제외하고는 제주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시에 뜻을 둔 청년기에 몇 번의 최종심에서 떨어진 후 시와는 조금 거리가 먼 생활을 하다, 결국 돌고 돌아 조금 늦은 2015년에 최종 등단이라는 것을 하게 되었지만, 물리적으로도 심적으로도 시를 쓴다는 것은 스스로 치열하게 다투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주로 퇴근 후와 주말에 ‘쓰는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였습니다. 저는 이번 시집을 내는 과정에서 좋은 시인들로부터 응원도 많이 받았고, 낯부끄럽지만 ‘좋아하는 시인’으로 동료로 인정해 주는 시인들이 있어, 시를 꾸준히 쓴 시간에 대한 외로움을 한꺼번에 보상받는 듯한 그런 따뜻함을 개인적으로는 실감하였습니다. 제주에서 시를 쓰는 일은 고립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유로운, 다분히 양면적인 일입니다. 짧지 않은 6년의 시간 동안 사색하고 걷고 울고 때론 웃으며 시집은 그렇게 세상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이번 시집을 읽으실 독자들께 팁이 있다면?

이번 기회에 제 시집을 처음으로 접하실 독자들이 계신다는 생각에 설레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도 됩니다. 시에서 가장 착각하기 쉬운 부분은 시를 쓴 이와 ‘시적 화자’를 혼동하기 쉽다는 것입니다. 오독조차 독자의 몫으로 ‘시’읽기에 포함이 되는 일이겠지만요. 만약 제 시집을 읽는 분이 계신다면, 저는 활자를 따라가며 무슨 뜻인지 이해하려 하기보다는 ‘마음에 맺힌 상태’를 그대로 두도록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때로, 초현실주의 그림 앞에 서 있는 것처럼요. 울창한 나무숲 아래 발끝을 들고 서 있는 것처럼요.


-애착이 가는 시 한 편

저의 시선이 함축적으로 담겨 있는 〈무환자나무는 여기〉라는 시를 소개해 드리고 싶습니다.


무환자나무는 여기


한 그 루의 무환자나무를 뜰 안에 들이면/정말/병들거나 죽는 일이 사라질까//갈잎나무에는 한 아름이 넘는 어둠이 자라고/이따금 바람은/가장자리 밋밋한 잎의 너머를 더듬대는데//바스라질 것 같은 것들은/왜 염려와 걱정이 함께일까//끝으로 갈수록 뾰족한/한 대궁의 세계가 나는 가끔/두렵다//가장 무른 곳이 어딘지 안다는 듯/함부로 구는 너//휘파람을 불어도/새는 뒤 돌아보지 않고//두 번 다시 악몽은 꾸지 말자/저기에 너의 집을 지어줄게//까맣고 단단한 돌/자루에 가득 담아 하나씩 던지다,/어떤 날은 깊은 물속으로 데려갔는데//헤아리는 기도에/물의 기척에/팥알 크기의 꽃들이 둥둥 떠올라//누가 문지른 적도 없는데/거품이 떠다닌다//밤의 속껍질에 포함된 열매는 /수행자의 민간요법,//충분한 애도로 반질반질해져/더 이상 아프지 않은 이가//뜰 안에 있다


-앞으로의 계획

시간이라는 것이 눈앞에서 만져질 듯 가깝다가, 돌아보면 순식간에 먼 곳인 것만 같습니다. 지금껏 거창한 계획 없이도 그런대로 지내왔지만, 한편으론 ‘쓰는 상태’를 유지하려 무던히도 애썼던 시간이 몇 권의 시집을 태어나게 했습니다. 톺아보니, 제가 놓인 시간 안에서는 그것이 고통이든 상실이든 사랑이든 역사이든 자연이든 감각하는 이 세계에서 함께이고자 하였습니다. 작은 것들의 목소리를 발견하고자 하였습니다. 그것이 제 ‘시하기’의 태도이며, 앞으로도 저는 산책자로서의 눈을 유지하며 주변을 걷고 감각하겠습니다. 이제껏 발화되지 못한 새로운 목소리로 제주의 자연과 연대하는 ‘쓰기’를 놓지 않겠습니다. 시집 이외에도 적당한 기회가 있다면, 제 삶의 일부인 음악과 관련한 산문집을 내어보고 싶은 계획이 있습니다. ‘쓰는 상태’가 계속 이어지길 바랄 뿐입니다.


-뷰티라이프 독자들께 한 마디

우리나라 뷰티, 미용을 대표하는 매체인 월간 〈뷰티라이프〉에 이렇듯 귀한 초대를 해주셔서 독자들을 좀 더 가까이 만날 수 있게 된 점에 먼저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아름다움이라는 것은 이렇듯 모든 영역에 연결되어 있어, 때로는 서로 영감을 주고받으며 프리즘처럼 번져 나간다는 점을 저 역시도 배우게 됩니다. 무엇보다 아름다움에 대한 높은 척도를 지닌 독자들께 저 역시 새로운 원천이 되는 ‘시’로 닿았기를 바라며, 진녹색의 나무들이 이제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계절에 뜻깊은 일 있게 되시기를 소망합니다. 끝으로, 기회를 주신 〈뷰티라이프〉에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뷰티라이프> 2025년 9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