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초대석(김정수 시인)
세상을 ‘연민’으로 바라보는 따스한 감촉
- 첫 평론집 『연민의 시학』 출간한 김정수 시인
-먼저 본인 소개 부탁합니다.
‘시 쓰는 누구입니다’로 시작하는 소개가 저는 참 어색한데, 막상 하려니 마땅한 멘트가 없네요. 시 쓰는 김정수입니다. 본격적으로 시를 쓴 지 40년 가까이 됐습니다. 1990년 《현대시학》에 <지하철> 외 10편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등단작이 11편이나 되니 많은 편이죠. 등단 14년 만인 2004년 『서랍 속의 사막』을 낸 후, 다시 10년 만에 『하늘로 가는 혀』를 냈습니다. 『홀연, 선잠』과 『사과의 잠』 등 시집 4권을 냈고, 지난 4월에 첫 평론집 『연민의 시학』을 발간했습니다. 2015년 경희문학상, 2024년 시 〈진학〉으로 사이펀문학상을 받았습니다. 현재는 시와 더불어 살면서 시집 해설과 신작 시집 서평 등을 쓰며 소일하고 있습니다.
-첫 평론집 『연민의 시학』 을 소개해주세요.
그동안 쓴 산문 중에서 최근에 쓴 시집 해설 위주로 묶었습니다. 두 권이 훨씬 넘는 분량의 원고에서 문예지에 쓴 서평과 신작 시평, 시집 발문을 덜어냈지요. 해설 중에서도 전체 흐름에서 벗어난 발문은 손에서 내려놓았습니다. 오로지 책의 완성도에 집중하려 했습니다. ‘제1부 삶의 연민과 시간’, ‘제2부 형식의 죽음과 사유’, ‘제3부 존재와 세계의 분류법’, ‘제4부 공간의 사색과 소요’ 등 전체 4부로 구성했습니다. 삶보다는 죽음에, 죽음보다는 불멸에, 배척보다는 연민에, 번잡보다는 고요에 더 주안점을 두었고요. 너무 분석에 매달려 날카로움이 부족한 것은 아닌지, 흐름에 집착하다가 정작 중요한 흐름을 놓친 건 아닌지 반성도 하게 되고요.
-이번 평론집을 내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요.
운문과 산문을 같이 쓰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생존형 글쓰기, 생존의 방편으로 산문을 더 많이 쓰고 있습니다. 그동안 쓴 산문의 분량이 꽤 되는데 출판권이나 경제적 여건 때문에 책으로 묶는 걸 망설이고, 미뤘습니다. 한데 산문, 특히 시집 해설이나 시간 시집 평을 지속적으로 쓰려면 평론집 한 권쯤은 있어야 하지 않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마침 짬이 내서 해설과 서평 원고를 모았습니다. 상당하더군요. 모은 원고를 덜어내는 일이 더 힘들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고맙게도 Human&Books와 연결이 됐고, 평론집을 낼 수 있었습니다.
-이번 책을 읽을 독자들에게 팁이 있다면.
오민석 시인 겸 문학평론가의 추천사처럼 저는 처음부터 끝까지 ‘현장 비평’을 지향합니다. 현란한 이론이나 오리무중의 개념에 등을 돌리며 항상 날것으로서의 시 쓰기와 시 읽기의 현장에 가 있지요. 쓸 원고를 받으면 프린트해서 여러 번 읽습니다. 앞에서 뒤로, 뒤에서 앞으로 반복해서 읽지요. 일단 전체 흐름이 파악될 수 있을 때까지요. 한 편 한 편 시인이 문장 뒤에 감춘 것을 파악하며 메모합니다. 관련 책도 찾아 있습니다. 한 권일 때도, 여러 권일 때도 있습니다. 그전에 발간한 시집도 최대한 구해 읽습니다. 그리고 집필에 들어갑니다. 쓸 때는 행간에 숨어 있는 시인의 생각과 경험, 사유의 세계에 가 닿으려 합니다. 시인과 접속한다는, 그 시인의 자리에서 사고하려 하지요. 책을 읽다 보면 시인과 시를 이해하는 데 많이 도움이 될 것이고, 평론집이 어렵다는 편견을 깨게 될 것입니다.
-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습니다.
‘시’와 ‘술’이 없었으면 저는 삶의 무게를 견디지 못했을 것입니다. 시는 제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삶 그 자체입니다. 정우영 시인의 추천사처럼 시의 근심으로 앓고, 시의 확장으로 기뻐합니다. 아침에 일어나면서 시를 생각하고, 밤에는 시의 해석에 골몰하다 잠듭니다. 잠을 자면서도 시를 쓰지요. 아침에 일어나면 다 까먹지만요. 머리맡에 필기구를 놓고 잔 적도 많습니다. 일어나자마자 적으려고요. 단 한 줄도 기억나지 않더군요. 시는 장식이 아닙니다. 시인이 되는 것보다 절박하게 시를 쓰는 것이 중요합니다.
-앞으로의 계획도 들려주세요.
최근에 쓴 시집 해설 위주로 평론집을 묶다 보니, 많은 원고가 빠졌습니다. 원고를 손에서 내려놓으며 수록하지 못한 시인들에게 정말 미안했습니다. 와중에 관계와 미안함이 교차했지요. 잠시 내려놓은 원고도 다시 태어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러려면 첫 평론집 『연민의 시학』의 평가와 반응이 중요하겠지요. 다행히 지금까지는 나쁘지 않습니다. 올 하반기에는 시를 더 집중적으로 써서 내년에 다섯 번째 시집을 발간할 생각입니다.
-뷰티라이프 독자들께 한마디 해주세요.
창간 27주년의 전통 있는 잡지와 인터뷰를 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뷰티라이프를 사랑하는 것처럼 시도 사랑해주세요. 물론 제 첫 평론집 『연민의 시학』도요. 그리고 하루에 시 한 편 읽으면 삶이 달라지지 않을까요. 매장 한쪽에 시 편을 써놓아 고객들이 읽으면, 삶이 더 아름다워지지 않을까요.
<뷰티라이프> 2025년 6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