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초대석(이윤학 시인)
“다시 시작한다는 자세로 시를 쓰고 고르고 편집했어요”
11번째 시집 『곁에 머무는 느낌』 출간한 이윤학 시인
본인 소개 부탁합니다.
1965년 충남 홍성에서 태어나 199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하고 동국대 국문과를 졸업했습니다. 시집 『먼지의 집』 『붉은 열매를 가진 적이 있다』 『나를 위해 울어주는 버드나무』 『아픈 곳에 자꾸 손이 간다』 『꽃 막대기와 꽃뱀과 소녀와』 『그림자를 마신다』 『너는 어디에도 없고 언제나 있다』 『나를 울렸다』 『짙은 백야』 『나보다 더 오래 내게 다가온 사람』 『곁에 머무는 느낌』, 시선집 『내 날개는 당신을 떠나는 데만 사용되었지』 『진흙탕 속의 말뚝을 위하여』, 장편 동화 『왕따』 『샘 괴롭히기 프로젝트』 『나는 말더듬이예요』 『나 엄마 딸 맞아?』, 산문집 『불행보다 먼저 일어나는 아침』 『시를 써봐도 모자란 당신』 소설 『나를 만나지 못했을 때』 등을 펴내고 김수영문학상 동국문학상 불교문예작품상 지훈문학상 김동명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시집 『곁에 머무는 느낌』을 소개하면?
이번이 저에게는 11번째 시집이요. 다시 시작한다는 자세로 시를 쓰고 고르고 편집했어요. 이번 시집 『곁에 머무는 느낌』에 실린 시들은 현재화(現在化)에 초점을 맞추고 쓰인 것들이에요. 아버지를 여의고 1년여 생사를 넘나드는 꿈을 꾸었어요. 이번 생에는 더는 현재를 함께할 수 없는 사람이지만, ‘곁에 머무는 느낌’을 지우기 어려웠어요. 아버지뿐만 아니라 잊고 지낸 사람들이 연상돼 떠올랐어요. 잘 아는 사람은 말보다 느낌으로 통하고 많은 걸 주고받을 수 있다고 하잖아요.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을 메모하면서 한 편 한 편 시로 옮길 수 있었어요. 현재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하나의 시공간(時空間)으로 만난 순간이었어요.
시집을 내게 된 동기와 에피소드
이번 시집에는 20년 전쯤 써놓고 묵혀둔 작품도 있고 오래전에 발표하고 시집에 넣지 않은, 또는 넣지 못한 작품도 더러 있어요. 넣고 빼기와 편집과 교정을 많이 한 시집이에요. 고1부터 마셔댄 술을 41년 만에 끊어낸 지 3년이 되어가는데 이 시집은 첫 금주(禁酒) 시집이 될 것 같네요. 금주 후유증으로 지금도 끙끙 앓아요. 아직도 매가리가 없는 걸 보면 금주 후폭풍이 무섭긴 하죠. 그동안 무모한 자신감으로 똘똘 뭉쳐 살았는데 나 자신이 얼마나 왜소한 존재인지 실감한 시간이었죠.
독자들에게 인기 있는 이유
저는 그간 묘사로만 시를 쓰려고 했어요. 시인이면서 교수인 어떤 분이 제 시를 읽고 했던 말이 생각나요. 당신 시는 시작만 있고 왜 본론과 결말이 없느냐. 그것도 맞는 말이겠죠. 진술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그렇게 읽을 수 있겠죠. 한 번에 다 말하고 내가 말한 대로만 받아라 가 아니라, 제가 하는 묘사는 철저히 말을 감추는 것이니까요. 시작과 결말은 독자들 몫으로 남겨두려고 했어요. 단정 짓지 말자. 한정하지 말자. 알아서 읽고 알아서 그때그때 필요한 만큼 공감하고 느꼈으면 하는 바람 가지고 있었죠. 관찰을 건너뛴 묘사는 관념이고 대부분의 진술은 화자의 목적의식에 충실한 글을 낳을 수밖에 없겠죠. 내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끊임없이 관찰해 그 느낌을 독자들에게 충실히 전달하는 시를 써나가고 싶어요. 저는 애초 대중적인 인기를 포기한 셈이에요.
이번 시집을 읽으실 분들께 팁이 있다면?
사람마다 읽을 때마다 중의적으로 읽히길 바라는 마음 가져봅니다. 어떤 시는 연애시로도 읽어주셨으면 하는 바람도 담아봅니다.
애착이 가는 시 한 편 소개
서부
-부루*
쌈낮 전 밭일을 마치고 하우스
적부루를 뜯어 샘에 앉아 씻은 부부
쌈을 싸 밥 한 공기 뚝딱 해치웠다
밥상을 물린 부부 대청마루에 누워
두런두런 이야기하다 곯아떨어졌다
부룻잎 따이고 입가에 침이 고였다
적부루 물기를 털어내듯
마당에 빗방울 떨어졌다
처마 밑 풍경(風磬)
나일론 끈에 묶였다
제자리를 맴돌았다
*상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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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어렸을 때 보았던 풍경이에요. 부모님이 지금의 저보다 훨씬 젊었을 적 말이에요. 저는 봄이면 적상추를 심어요. 적상추를 씻어 식탁에 올리고는 그렁그렁한 물방울을 지켜보고 있어요.
앞으로의 계획
당분간 다음 시집을 내는 데 집중하려고 해요. 개인적으로 오랜 염원이던 미발표 시를 모아 시집을 내는 꿈을 이뤄보고 싶어요. 그동안 살아오면서 알게 모르게 발효가 끝난 미의식 속 진액을 발굴해 쓸 거예요. 되도록 한 번에 쓰이는 시를 모아 보려고요. 지난겨울 동안 집중적으로 쓴 사진 산문집 원고가 있는데 그동안 메모 삼아 찍어둔 사진과 함께 내년쯤 출간할 예정이에요. 대부분 짧은 글이고 시로 쓴 글도 30여 편 포함돼 있어요. 다른 형태로 시집을 내는 느낌이에요
뷰티라이프 독자들께
올 것 같지 않은 가을이, 드디어 돌아(찾아)왔어요. 저는 머리가 잘 자라 그만큼 자주 미용실에 가곤 해요. 머리도 자르고 두 번에 한 번 골로 염색도 하고, 뷰티라이프도 보아요. 미용실에 다녀오는 날엔 나는 기분이에요. 올가을엔 우리도 코스모스처럼 살짝 하늘을 날아봐요.
<뷰티라이프> 2024년 9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