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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몇 살 때의 달밤-전인식 시인-
글쓴이 : 뷰티라이프 날짜 : 2026-10-23 (금) 15:04 조회 : 3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160)

 

열 몇 살 때의 달밤

전인식(1964~ )

 

빼꼼히

창문 들다 보는 것이

뉘 얼굴인 것 같아

뛰쳐나간 마당

왔다 갔다 맴을 돌아

무릎쯤 달빛이 찼을 때

 

‘니가 이태백이냐 들어가 공부나 해,

’이태백이는 대학 안 갔는대요,

 

마굿간 송아지

큰눈

벙긋 벙긋 웃었다

울 밑 귀또리

맞다 맞다

일제히 소리 질러댔지

식구 외엔 다 내 편이던

열 몇 살 때의 달밤

 

전인식 시인

1997년 <대구일보> 신춘문예, 1998년 <불교문예>로 등단. 시집 『모란꽃 무늬 이불속』, 『검은 해를 보았네』가 있다. 불교문예 작가상, 한국꽃문학상 대상 수상. 현재 <불교문예> 부주간으로 있다.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의 이번 달 시는 “열 몇 살 때의” 추억을 익살스럽게 표현한 전인식 시인의 “열 몇 살 때의 달밤”입니다.

 

조금 늦은 아침, 아내와 손잡고 출근하는데, 가을 햇볕이 온 세상을 환하게 비추고 있습니다. 분홍빛으로 물들어가는 감나무의 주렁주렁 달린 감은 가을의 정취를 물씬 풍기고 있습니다. 그냥 보내기 아까운 가을날입니다. 등 뒤를 비추는 햇살은 마냥 콧노래를 나오게 합니다.

 

좁은 골목길을 이웃집 아주머니 한 분이 강아지 두 마리를 데리고 사부작 사부작 올라오고 있습니다. 조그만 털뭉치 둘은 무어 그리 신났는지 깡총깡총 지들끼리 신났습니다. 환한 미소가 저절로 나오며 털뭉치들을 안아주고 싶습니다. 아내는 강아지들의 재주에 넋을 잊고 ‘아이고 이뻐라, 이뻐라’ 감탄 연발입니다. 미련을 버리고 늦은 출근길을 재촉합니다.

 

이어서 초등학교 담장을 끼고 지나가는데, 학교 운동장에서 학생들의 재잘거림이 또 한번 즐거움으로 들려옵니다. 막 학교 운동장으로 뛰어가 꼬마들과 같이 어울리고 싶어집니다. 찬연한 가을입니다.

 

시골의 밤은 고요와 함께 찾아옵니다. 이성에 대한 호기심이 왕성하고 감수성이 하늘을 찌를 듯한 “열 몇 살 때의 “달밤”은 그냥 지나가기 어렵습니다. 달빛이 ‘뉘 얼굴인 것 같아’ 더욱 그렇습니다. 아버지는 그런 아들의 행동이 탐탁치 않습니다. “니가 이태백이냐 들어가서 공부나 해”라고 지청구하지만, 그만 여기서 지면 “열 몇 살”의 아들이 아닙니다. “이태백이는 대학 안 갔는대요” 웃음이 절로 나옵니다. “마굿간 송아지”, “울 밑 귀또리”가 “다 내 편이”니 얼마나 든든(?)하겠습니까.

 

이제 며칠 있으면 가을밤 보름입니다. 이럴 때, 이 시를 다시 읽으며 소싯적의 추억에 빠져보는 것도 또 다른 행복일 것 같습니다.

 

【이완근(시인, 본지 편집인대표 겸 편집국장)】

  <뷰티라이프> 2026년 11월호